우리는 정말 '정상'일까? 무라타 사야카가 던진 충격적인 질문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정상'이라는 개념에 날카롭게 의문을 제기한다. 주인공 나쓰키는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독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일상과 감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비정상이 정상인 세상에서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이 소설은 침묵 속에서 강하게 묻는다. 애매하게 지나쳤던 사회적 관습과 인간성의 정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읽는 내내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비정상이라는 말이 정말 이상한 걸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 가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어떤 정해진 루트가 삶의 ‘정상’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사람들은 ‘왜?’라고 묻는다. 그 물음 속엔 호기심보단 판단과 경계가 담겨 있다.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은 바로 그 틈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작가는 주인공 나쓰키를 통해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성의 틀에 의문을 던지고, 그것이 얼마나 억압적이며 때론 폭력적인가를 보여준다. 나쓰키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전혀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간다. 그 세계 안에서 그는 '지구인이 아닌 존재'가 되고, 상상의 친구와 우주적 사명을 나눈다. 얼핏 보면 정신 이상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는 점점 그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가정폭력, 사회적 무관심, 학교에서의 괴롭힘 같은 현실이 그의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이다. 작가는 이런 설정을 통해 독자가 주인공을 단순히 '이상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철저히 방해한다. 나쓰키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한다. 결혼은 사회적 요구에 맞춰 형식적으로만 행해지고, 감정과 욕망은 철저히 통제된다. 이 소설은 그런 삶이 과연 ‘정상’적인지 되묻는다. ‘지구별 인간’이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사실 모두 자신만의 별에서 온 인간은 아닐까? 나쓰키의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수많은 사회 규범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서론은 앞으로 전개될 본론에서 이 소설이 왜 현대 사회에서 꼭 읽혀야 할 작품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한 초석이 된다.
사회가 말하는 정상의 폭력성
사야카는 이 작품에서 ‘정상’이라는 단어가 가진 억압의 속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인공 나쓰키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끊임없는 억압과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편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낸다. 이 설정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식이다. 작가는 나쓰키의 세계를 비정상이라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세계 안에서 그는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 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스스로의 기준을 되묻게 된다. 왜 누군가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불완전한 인생으로 보일까? 나쓰키는 형식적으로 결혼을 했지만, 서로의 욕망을 배제하고 사회적 시선을 피해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사랑도 없고, 성관계도 없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조차 허구에 가깝다. 그런데도 그 결혼은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문제 없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껍데기만을 보고 살아가는지 강하게 꼬집는다. 작중 나쓰키는 반복적으로 "지구인은 이상해"라고 말한다. 처음엔 그 말이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소설이 전개될수록 그 말은 뼈아프게 진실처럼 다가온다. 독자에게 '무엇이 정말 이상한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독자 스스로를 향하게 된다. 이 소설은 비정상을 비난하는 사회 속에서 오히려 '정상'이라는 틀 자체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험한지를 고발하는 것이다. 나쓰키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세계는 단지 환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다. 이 소설은 결국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선택인지,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묻는다. 잔잔한 문장 속에서 독자에게 잊을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우리 모두의 안에 존재하는 지구별 인간
『지구별 인간』은 단순히 이상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자신 안에도 어딘가 '지구별 인간'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덮여 있는 수많은 감정과 목소리, 상처들을 들춰낸다. 사회는 끊임없이 판단한다. 결혼했는지, 직장이 있는지, 아이가 있는지, 미래 계획은 있는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정말 행복과 인간다움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작가는 말한다. 어떤 선택이든, 그 사람이 생존하기 위한 방식이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나쓰키는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겉보기에 이상할지 모르지만, 그는 그 안에서 누구보다 솔직하고 자유롭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강요받으며 살아가는 삶이 더 비현실적인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얼마나 ‘정상’이라는 틀 속에 갇혀 살고 있는가? 혹은 당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정말로 귀를 기울인 적이 있는가? 『지구별 인간』은 상식과 편견의 경계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결코 무겁지 않게, 하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게. 이 책은 무라타 사야카라는 작가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존재의 형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독자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혹시 나도, 아니 우리 모두가 조금씩 ‘지구별 인간’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