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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 생과 사의 경계에서 만난 이야기

by j책방j@★◁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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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케에게 보이는것 관련이미지
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것 관련이미지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것들, 린코의 『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은 병동이라는 닫힌 공간 속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지켜보는 간호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 우즈키는 어느 날부터 환자 곁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기 시작한다. 그 존재들은 단순한 환각이라기보다, 죽음을 앞둔 자들이 남기는 감정의 잔향처럼 그려진다. 이 작품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내재된 고요한 슬픔과 깊이를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담아낸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생존과 이별의 순간마다 우즈키가 마주한 것들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마지막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병실 안의 또 다른 풍경, 간호사만이 볼 수 있는 것들

 ‘보인다’는 감각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보임’은 단지 시각적인 현상이 아니다. 주인공 우즈키는 병동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중에는 회복을 앞둔 이도 있고, 서서히 삶을 마감해 가는 이도 있다. 그녀는 어느 날부터 환자의 침대 옆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의 ‘존재’를 보기 시작한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잔상일 수도, 감정의 형상일 수도 있다. 린코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의 감정’을 매우 섬세하게 풀어낸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돌보는 일인 동시에, 죽음을 곁에서 가장 자주 목격하는 존재다. 이 소설은 그러한 직업적 특수성에서 오는 감정의 무게를 초자연적 요소와 함께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병실은 공간적으로는 작지만, 감정적으로는 무한히 확장되는 장소다. 작가는 이 병동을 마치 또 다른 세계처럼 묘사하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그 틈에 우즈키를 위치시킨다. 그녀가 보게 되는 것들은 단순히 환영이 아니라, 그 사람과 그 생의 마지막이 남긴 잔향이기도 하다. 독자는 점차 우즈키와 함께 이 풍경을 읽어가며, 생명의 끝에 도달하는 감정과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치유와 공감의 서사로 연결된다. 그것이 단순한 초자연 스릴러가 아닌, 철학적 소설로 읽히는 이유다.

 

죽음을 가까이 둔 직업이 던지는 삶의 의미

우즈키는 단지 무언가를 ‘보는’ 간호사가 아니다. 그녀는 보이기 시작한 이후, 자신이 지금껏 돌보아온 환자들과의 관계를 되짚기 시작한다. 죽음이란 어떤 순간이며, 누군가가 떠난다는 것은 어떤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 질문은 곧 자신이 간호사로서 무엇을 해왔는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우즈키를 통해 간호사의 감정 노동, 윤리적 갈등, 직업적 외로움을 매우 조용하게 드러낸다. 간호사는 환자와 가족, 의사와 행정 시스템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인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매일 죽음과 가까운 곳을 오간다. 그 과정에서 우즈키는 자신 안에서 스러져가는 무언가를 느낀다. 바로 인간에 대한 연결감이다. 이 작품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한 노인의 임종을 지키던 순간 우즈 키가 강하게 느끼는 기이한 ‘감기’. 그것은 차가운 기운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마지막 말을 남기려는 듯한 감각이다. 그리고 그 순간 우즈키는 환자의 표정을 통해, 말없이 남긴 메시지를 읽는다. 작가는 언어가 아닌 ‘느낌’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본문 너머의 여운을 느끼게 만든다. 이야기 내내 우즈키는 죽음이 무섭다기보다는, 삶이 덧없게 스러지는 그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두렵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보게 된 것들’은 그 두려움을 잠시나마 희석시키는 도구가 된다. 그 존재들은 우리 모두가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작은 흔적, 혹은 이별을 준비하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본론을 통해 작가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단지 생명을 돌보는 기능을 넘어선, 감정적 존재임을 역설한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간호사 우즈키의 내면 여정

단순히 ‘죽음을 다룬 이야기’로 분류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이 소설은 오히려 죽음을 통해 삶을 조망하며, 우즈키라는 한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존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처음엔 자신도 믿지 못했던 ‘보이는 현상’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일종의 언어가 된다. 그 언어는 말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으로 존재한다. 이 결론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는 “삶은 결국 누군가의 시선을 남기는 일”이라는 문장이다. 우즈키가 본 것들은 단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시선이기도 하다. 병동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그녀는 수많은 인연과 이별을 겪으며 마침내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판타지적 시선으로 그리기보다, 한 인간의 ‘직업적 사명’과 ‘감정의 경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담담하게 포착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독자 역시 자신이 했던 마지막 인사, 마지막 손잡음, 혹은 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은 그렇게 조용히 독자의 과거를 끌어낸다. 우리는 누구의 마지막을 어떻게 지켜볼 수 있을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감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조용하고도 강한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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