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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모타 이누히코 『계엄』, 문명이 무너진 후 인간에게 남는 것 질서가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요모타 이누히코 『계엄』 리뷰『계엄』은 계엄령이 선포된 혼란의 시대, 인간이 얼마나 빠르게 윤리와 이성을 잃고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붕괴, 그로 인한 권력의 야만화,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적나라한 민낯을 조명한다. 단순한 재난 소설이 아닌,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사회학적 탐구이기도 하다. 법과 제도가 무너진 세계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일깨운다.법과 윤리가 무너진 사회, 계엄령의 본질은 무엇인가『계엄』은 일본 소설계에서 보기 드문 강도 높은 디스토피아를 보.. 2025. 6. 21.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빠름 속에서 잊힌 느림의 가치를 말하다 당신의 마음에 머무를 계절,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고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건축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삶의 흔적과 기억, 사람과 장소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폐교가 된 학교를 새롭게 리노베이션 하는 작업을 맡으면서, 공간에 깃든 시간과 사람의 감정들을 되짚는다. 말보다 행동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머무름’의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름이라는 계절처럼, 이 소설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독자의 마음속에 머문다.조용한 여름, 오래도록 남는 이야기‘여름’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그리움과 함께 찾아온다. 한낮의 더위보다 오히려 한낮이 끝나고 난 후의 기운, 해가 기울며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 2025. 6. 20.
우리는 정말 '정상'일까? 무라타 사야카가 던진 충격적인 질문 우리는 정말 '정상'일까? 무라타 사야카가 던진 충격적인 질문사야카의 『지구별 인간』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정상'이라는 개념에 날카롭게 의문을 제기한다. 주인공 나쓰키는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독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일상과 감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비정상이 정상인 세상에서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이 소설은 침묵 속에서 강하게 묻는다. 애매하게 지나쳤던 사회적 관습과 인간성의 정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읽는 내내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비정상이라는 말이 정말 이상한 걸까?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 가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어떤 정해진 루트가 삶의 ‘정상’이.. 2025. 6. 20.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감정이 머무는 공간과 화해의 이야기 마지막 기차역, 시간과 감정이 머무는 공간 무라세 다케시의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그 제목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기차역’은 흔히 이별과 만남,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그려진다. 그런데 여기에 ‘세상의 마지막’이라는 수식이 붙는 순간, 그 공간은 단순한 교통의 장소가 아니라 삶과 죽음, 기억과 감정이 뒤섞이는 종착점으로 변모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소설의 무대는 곧 폐쇄를 앞둔 작은 기차역이다. 그 역에는 한 가지 특별한 ‘규칙’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단 한 번, 짧은 시간 동안. 그 사람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거나, 하지 못한 말을 건네거나, 그저 한동안 함께 머무를 수 있다... 2025. 6. 19.
장소가 주인공인 소설, 『긴키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긴키지방의 폐허, 배경이 가진 묘한 감정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체험, 혹은 감각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세스지 특유의 건조하고도 음산한 문체는 이 작품에서 더욱 응축된 형태로 독자를 압박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소설은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보다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에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버린 듯한 일본 긴키지방의 한 폐허 같은 장소. 이 공간이 소설의 주인공이다.처음에는 그저 기묘하고 쓸쓸한 풍경처럼 느껴지지만, 작가가 묘사하는 디테일을 따라가다 보면 그 장소가 마치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다가온다. 문 하나의 움직임, 부서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바닥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포스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 같지만, 그곳의 공기는 무언가를 말하.. 2025. 6. 19.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줄거리·심리묘사·여운까지 완벽 정리 아이의 실종에서 시작된 불편한 진실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일본 현대 미스터리 중 가장 충격적인 문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며, 단순한 추리소설 이상의 깊은 불안과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소설의 도입부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여름방학을 앞둔 초등학생 ‘사토시’는 담임 교사의 지시로 결석한 친구 ‘스즈키’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나 스즈키는 집에서 의문의 상태로 발견되고, 다음 날 그의 시신은 사라진다. 이 기이한 사건은 단순한 자살로 처리되지만, 사토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점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이때부터 독자는 ‘사토시’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추리는 어디..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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